장인의 직업 ; 털 한 올, 감각 한 줄 – 붓심을 잡는 기술의 철학
장인의 직업 중 전통 공예에서 붓은 단순히 글씨를 쓰기 위한 필기도구가 아니다.붓은 한 자 한 자의 먹의 번짐, 종이 위에서의 반동, 손목의 각도와 회전까지 모두 반응하는 섬세한 도구이며,그 감각은 단지 글을 쓰는 사람에게서만 나오는 것이 아니다.붓을 만드는 장인의 손끝에서도 그 감각은 시작된다.붓이 종이 위에서 자연스럽게 흐르기 위해서는,그 이전에 털 하나하나의 결이 올바르게 정리되어야 하고,붓심이 중심축을 정확히 형성해야 하며,털이 서로를 기억한 채 단단히 고정되는 시간의 건조 과정을 거쳐야 한다.현재도 전국 각지에는 족제비털, 산토끼털, 말총, 양모 등다양한 천연 재료를 손으로 고르고, 세척하고, 말리며,붓이라는 감각의 도구를 직접 만들어내는 장인들이 활동 중이다.이 글은 붓을 구성하는 털의 성질부..
2025. 7. 27.
시간을 바르는 직업, 옻칠 장인
🧴 시간을 바르는 기술, 옻칠이라는 선택— 여성 프리랜서 직업으로서의 전통 옻칠 공예 이야기 (서론 확장판)전통 공예 중에서도 ‘옻칠’은 단순한 마감 작업이 아니다.이 기술은 나무나 천, 가죽 같은 소재에 천연 옻 수액을 붓으로 바르고,그 위에 시간을 입혀 굳히는 작업이다.표면을 보호하는 동시에, 빛을 머금은 듯한 윤기를 만들어낸다.옻칠의 가장 큰 특징은 느림과 반복이다.칠은 하루에 몇 번 이상 할 수 없으며, 한 번의 붓질에도 전체 흐름이 달라질 수 있다.실수하면 다시 처음부터 시작해야 하며,재료와 손의 감각이 완전히 일치하지 않으면 얼룩, 기포, 갈라짐 같은 문제가 생긴다.그래서 옻칠은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사람의 성격과 감각이 그대로 드러나는 직업이라 불린다.경상도의 외곽 마을에 위치한 한 공방에..
2025. 7. 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