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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바르는 직업, 옻칠 장인

by info-ericson 2025. 7. 27.

[6편]시간을 바르는 직업, 옻칠 장인

🧴 시간을 바르는 기술, 옻칠이라는 선택

— 여성 프리랜서 직업으로서의 전통 옻칠 공예 이야기 (서론 확장판)

전통 공예 중에서도 ‘옻칠’은 단순한 마감 작업이 아니다.
이 기술은 나무나 천, 가죽 같은 소재에 천연 옻 수액을 붓으로 바르고,
그 위에 시간을 입혀 굳히는 작업이다.
표면을 보호하는 동시에, 빛을 머금은 듯한 윤기를 만들어낸다.

옻칠의 가장 큰 특징은 느림과 반복이다.
칠은 하루에 몇 번 이상 할 수 없으며, 한 번의 붓질에도 전체 흐름이 달라질 수 있다.
실수하면 다시 처음부터 시작해야 하며,
재료와 손의 감각이 완전히 일치하지 않으면 얼룩, 기포, 갈라짐 같은 문제가 생긴다.
그래서 옻칠은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사람의 성격과 감각이 그대로 드러나는 직업이라 불린다.

경상도의 외곽 마을에 위치한 한 공방에서는
이 까다로운 작업을 수십 년간 고집해온 여성 옻칠 장인이 하루를 열고 있다.
그녀의 책상 위에는 반질반질하게 윤이 오른 나무 그릇, 찻잔 받침, 접시, 다기, 반짇고리 같은 소품들이
마치 스스로 빛을 내는 것처럼 조용히 놓여 있다.

이 장인은 말한다.

“이 일은 결과보다 과정이 중요해요.
오늘 칠한 게 다음 날 어떻게 변할지 아무도 몰라요.
그래서 더 집중하게 되고, 더 기다릴 수 있게 되죠.”

이 콘텐츠는 단순한 전통 기술 소개를 넘어서,
여성 프리랜서 직업으로서의 옻칠을 조명하는 글이다.
자신만의 리듬으로 일하고 싶은 사람, 손의 기술로 삶을 꾸려가고 싶은 사람,
직장이 아닌 기술을 직업으로 삼고 싶은 여성들을 위해 이 이야기를 기록했다.

지금도 많은 여성들이 요가 강사, 플로리스트, 디자이너, 바리스타 등
감각 중심의 프리랜서 직업을 찾고 있다.
그 가운데 **‘손으로 시간을 다루는 직업’**이라는 관점에서,
옻칠은 충분히 현실적이고 가치 있는 선택지가 될 수 있다.

이 글을 통해 옻칠이라는 기술이 단지 오래된 전통이 아니라,
현대의 여성 프리랜서에게 어울리는 정적이면서도 깊은 직업이라는 사실을 전하고 싶다.
속도가 아니라 밀도로 일하고 싶은 사람에게,
옻칠은 삶의 도구가 되어줄 수 있다.

🌿 옻칠은 단순한 칠이 아니다 – 천천히 완성되는 직업의 미학 (확장판)

옻칠 공예는 얼핏 보면 단순하다.
옻나무에서 채취한 천연 수액을 붓에 묻혀 나무 표면에 발라내는 작업이 전부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 한 겹의 칠을 바르는 데에 요구되는 조건은 실로 복잡하고 까다롭다.

먼저, 옻이라는 재료는 살아 있는 성질을 가진 천연 수액이다.
기온과 습도, 바람, 조명의 양에 따라 반응이 다르고,
같은 옻이라도 채취한 시기나 보관 상태에 따라 점도와 발림이 바뀐다.
그렇기 때문에 옻칠 장인은 단순히 칠을 바르는 사람이 아니라,
날씨를 읽고, 재료의 상태를 조율하며, 소재에 적절한 리듬을 적용하는 감각 기술자다.

“옻은 눈에 보이지 않는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해요.
조금만 방심하면 기포가 생기고, 칠의 균형이 무너져요.
그래서 늘 손보다 먼저 주변을 관찰하는 눈이 필요하죠.”

한 번의 칠은 작업의 시작일 뿐이다.
칠을 마친 후에는 최소 24시간에서 길게는 72시간까지 건조가 필요하다.
그리고 그 위에 또 한 번, 그리고 다시 한 번.
이렇게 7회에서 20회까지 반복하는 과정이 있어야
비로소 깊은 윤기와 단단한 내구성을 갖춘 옻칠 작품이 탄생한다.

문제는 그 사이, 먼지가 날리거나 습도가 흔들리면 그 칠이 망가진다는 것이다.
작품의 완성도는 눈에 띄지 않는 공간의 조건,
그리고 사람의 마음이 얼마나 정돈되어 있는가에 달려 있다.

그래서 옻칠 장인의 하루는
‘칠을 바르는 시간’보다 ‘칠을 기다리는 시간’,
‘작업을 하기 위한 점검’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하루 일과의 80%는 눈에 보이지 않는 조정과 준비에 들어간다.

이런 고요하고 반복적인 작업 속에서,
사람은 자연스럽게 자신의 속도와 마주하게 된다.
그리고 바로 이 점이, 많은 여성들이 옻칠 공예를 ‘직업’이 아닌
프리랜서로 가능한 삶의 형태로 선택하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 여성 장인의 선택 – 프리랜서로서의 ‘옻칠’

경상도 남쪽 외곽 마을.
이 공방의 주인은 올해로 옻칠 14년 차를 맞이한 여성이다.
그녀는 원래 미술 교사로 일했지만,
"손으로 직접 만드는 감각을 경험하고 싶다"는 이유로 30대 후반에 공예 전환을 결심했다.

처음에는 목공예 수업을 수강하다가,
우연히 만난 옻칠 소반의 질감에 끌려
서울과 진주, 광주를 오가며 옻칠 장인들에게 배우기 시작했다.

지금 그녀는 혼자서 운영하는 프리랜서 공예가다.
고객의 주문을 받아
전통 반상기, 다기 받침, 나무 접시, 젓가락 케이스, 전통 커트러리, 수저통 등을 제작한다.
SNS 계정을 통해 포트폴리오를 관리하고,
핸드메이드 마켓이나 프리미엄 전통 공예 온라인몰을 통해 판매까지 직접 한다.

“혼자 일하고, 조용히 집중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에요.
스스로 시간을 배치할 수 있고,
작품 하나가 끝날 때마다 ‘내 기술이 나를 지탱한다’는 확신이 생겨요.”

수입은 일정하지 않지만,
고객이 작품에 의미를 부여하고 반복 구매로 이어지는 구조가 자리 잡히면서
점점 **‘기술이 직업이 되는 순환 구조’**를 만들어가고 있다.

[6편]시간을 바르는 직업, 옻칠 장인

🧴 옻칠 공예, 왜 여성 프리랜서 직업으로 적합할까?

여자 프리랜서 직업을 고민하는 많은 이들에게 옻칠 공예는 아래와 같은 이유로 현실적인 선택이 될 수 있다:

✅ 1. 공간 제약이 적다

  • 3평 내외의 환기 가능한 공간이면 작업 가능
  • 별도 기계 없이도 수작업으로 충분히 가능
  • 건조실·칠실도 초기에는 소형으로 시작 가능

✅ 2. 소규모로 시작 가능

  • 초보자는 나무 숟가락, 차 받침, 엽서 보관함 등 소품부터 가능
  • 도제 과정 없이도 문화센터, 시립공예관 등에서 배움 가능
  • 재료비 부담이 상대적으로 낮음

✅ 3. 감각 기반 직업

  • 손재주, 집중력, 조용한 환경을 선호하는 여성에게 적합
  • 작품이 시각적으로 성취감 높아 만족도가 큼

✅ 4. 고부가가치 가능성

  • 전통 공예의 프리미엄 가치 상승 중
  • 브랜드화, 소량 생산 체계 구축 시 작가 단가 적용 가능
  • 공방+온라인 연계 운영이 유리

💡 직업이 아닌 기술로 삶을 바꾸는 사람들

옻칠 장인은 스스로를 '기술자'가 아닌 '기억자'라고 말한다.
옻은 손의 흔들림을 기억하고, 사람의 성격을 투영하며,
결국엔 만드는 사람의 삶이 그대로 작품에 스며든다.

그녀는 말한다.

“성격이 급하면 안 돼요. 기다려야 해요.
그 느림 속에서 내가 중심을 되찾는 순간이 와요.”

빠르게 결정하고 결과를 내야 하는 도시적 일상과 달리,
옻칠은 기다림으로 시작해서 집중으로 마무리되는 일이다.
그래서 이 일을 하면서 그녀는 사람을 대할 때도,
자기 자신을 바라보는 감각도 달라졌다고 말한다.

무엇보다, 그녀는 이렇게 말한다.

“내가 만든 물건이 누군가의 식탁에 오르고,
매일 손으로 쓰인다는 것,
그게 가장 큰 보람이에요.”

옻칠은 단순한 직업이 아니다.
그것은 결국 기술로 일하는 방식이자,
자기 삶을 자기 감각으로 조직해나가는 사람의 자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