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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중립이란? 한국, 유럽, 일본의 탄소중립 로드맵보기

by info-ericson 2025. 7. 16.

탄소중립이란 무엇인가요?

최근 기후변화 대응 논의에서 자주 등장하는 용어 중 하나가 바로 탄소중립이다.
탄소중립(Net Zero)이란 산업, 농업, 수송 등 인간 활동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CO2) 배출량을
흡수(산림, 탄소포집기술 등) 또는 제거(신재생에너지 전환, 화석연료 대체)하여
최종적으로 순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것을 의미한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는 지구 평균기온 상승을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 이하로 제한하려면
2050년까지 탄소중립이 필수라고 강조한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각국은 국가별 여건과 산업구조에 맞춘 탄소중립 로드맵을 수립하고 있다.
로드맵(Roadmap)은 구체적인 목표 달성을 위해 단계별 추진 전략과 이행 시점을 명시한 실행 계획을 말한다.
예를 들어 한국, 유럽연합(EU), 일본은 모두 2050년 탄소중립 달성을 선언했지만
구체적인 실행전략과 산업 전환 속도, 시민 참여 방식은 큰 차이를 보인다.
이 차이를 이해하는 것은 우리 사회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 판단하는 기초 자료가 된다.

 

탄소중립이란? 한국, 유럽, 일본의 탄소중립 로드맵보기

 

유럽연합의 탄소중립 전략: 선도국다운 단계별 설계

유럽연합(EU)은 탄소중립을 가장 먼저 제도화한 대표 사례로 평가된다.
EU는 2019년 유럽그린딜(European Green Deal)을 발표하며
2050년 탄소중립 목표와 함께 이를 실현하기 위한 법적 구속력 있는 정책 패키지를 마련했다.
그린딜은 탄소배출권 거래제(ETS: Emissions Trading System), 탄소국경조정제(CBAM: Carbon Border Adjustment Mechanism) 등을 포함한다.
탄소배출권 거래제란 기업별 배출 한도를 정해놓고 이를 초과하면 비용을 지불하거나
다른 기업의 잉여 배출권을 구매하도록 하는 시장 기반 제도다.
탄소국경조정제는 EU 역내에서 엄격한 탄소규제를 피하려는 기업들이
규제가 느슨한 해외에서 생산해 역내로 수출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도입됐다.
예를 들어 철강, 시멘트, 비료, 전력 등 고탄소 산업 수출품에 관세를 부과해 역내 기업과 동일한 부담을 지도록 한다.
이 외에도 EU는 재생에너지 비율을 2030년까지 42.5%로 확대하고,
내연기관 차량 판매를 2035년부터 전면 금지하는 정책을 추진한다.
주목할 점은 EU가 시민 참여형 에너지 공동체를 활성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독일은 주민이 직접 태양광 발전소나 풍력발전단지에 투자하고 수익을 공유하는 에너지 협동조합 모델이 활발하다.
이러한 구조는 탄소중립 정책이 시민의 생활 속에 뿌리내릴 수 있는 기반이 된다.

 

일본의 탄소중립 로드맵: 기술 중심과 원전 활용 논쟁

일본은 2020년 스가 요시히데 총리 시절 2050년 탄소중립 목표를 선언했다.
일본은 에너지 자원이 부족해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기술 혁신과 원자력발전 활용 비중을 높이려는 전략을 택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일본은 ‘그린성장전략’을 통해 수소에너지(Hydrogen Energy)와 CCUS(Carbon Capture, Utilization and Storage: 탄소 포집·활용·저장) 기술 개발을 중점 과제로 삼았다.
수소에너지는 수소를 연료로 사용해 연소 시 이산화탄소가 배출되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CCUS는 산업 공정에서 발생한 CO2를 포집한 뒤 이를 화학원료로 재활용하거나 지하에 저장해 배출을 억제한다.
예로 일본은 미쓰비시중공업, J-POWER 등 대기업 주도로 대형 CCUS 실증플랜트를 가동하고 있다.
하지만 일본의 탄소중립 전략에서 가장 논쟁적인 부분은 원자력 발전의 재활용이다.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원전 가동이 크게 줄었으나,
2022년 이후 다시 원전 재가동과 신규 건설 계획이 정부 정책에 포함됐다.
원전은 탄소 배출이 적지만 사고 위험성과 방사성 폐기물 관리 문제 때문에 사회적 수용성이 낮아 논란이 계속된다.
일본 정부는 이를 보완하기 위해 재생에너지 비율도 2030년까지 36~38%로 끌어올리고
지자체 단위로 태양광, 풍력 발전소 건설을 확대한다.
결국 일본은 탄소중립을 위해 기술 중심 혁신과 원전 확대라는 두 축을 동시에 밀어붙이는 독자적 로드맵을 갖고 있다.

 

한국의 탄소중립 로드맵: 선언과 현실의 간극

한국은 2020년 10월 대통령 특별연설을 통해 2050년 탄소중립 목표를 공식 선언했다.
이후 2021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Nationally Determined Contribution)를 2030년까지 40% 감축으로 상향하며
국제사회와 보조를 맞추려 했다.
그러나 한국은 산업구조에서 제조업 비중이 높고, 석탄 발전 의존도가 크다는 점이 현실적 걸림돌로 지적된다.
2024년 기준 한국 전력의 약 30% 이상이 여전히 석탄발전에 의존한다.
이에 따라 정부는 석탄 발전소를 단계적으로 폐쇄하고 LNG(액화천연가스) 발전으로 대체하거나
재생에너지 비중을 확대하려는 정책을 추진한다.
예를 들어 새만금 재생에너지 클러스터는 대규모 태양광·풍력 발전단지를 조성해 연간 수백만 가구에 전력을 공급하는 것이 목표다.
또한 한국은 산업부문과 건물부문에서의 에너지 효율화를 위해 그린리모델링(노후 건축물의 단열·환기 성능 개선)과
스마트그리드(에너지 효율적 공급망) 구축을 병행하고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현재의 속도로는 목표 달성이 어렵다고 지적한다.
재생에너지 보급 속도와 주민 수용성, 그리고 산업계의 전환 비용 분담 문제가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다.

 

각국의 탄소중립 로드맵 비교를 통해 확인할 수 있는 것은 목표 자체의 선언보다 실질적인 이행 전략과 사회적 수용성 확보가 훨씬 중요하다. 한국은 여전히 석탄발전 의존도가 높고 산업구조가 에너지 집약적인 만큼, 단순한 감축 목표 상향만으로는 실질적인 배출 저감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따라서 향후 논의는 산업계와 지역사회의 전환 비용 분담 구조를 어떻게 설계할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특히 중소기업과 전통 제조업 분야가 친환경 설비로 교체할 수 있도록 재정적 지원과 기술 이전이 실질적으로 작동해야 한다. 또한 EU처럼 시민 참여형 재생에너지 협동조합을 국내에서도 활성화해 주민 수용성을 높이고, 지역 발전과 탄소중립이 상생할 수 있는 모델을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

일본의 사례에서 보듯 기술 중심 접근은 매력적이지만, CCUS나 수소에너지 같은 혁신 기술은 아직 상용화와 경제성 측면에서 불확실성이 크다. 따라서 한국도 기술 개발과 동시에 이미 검증된 재생에너지 확대, 에너지 효율화 같은 기본 전략을 놓치지 않아야 한다. 무엇보다 원자력발전의 경우는 한국 역시 유럽과 일본 사례를 참고해 안전성과 비용, 사회적 수용성을 종합적으로 논의해야 한다. 탈원전과 원전 활용을 둘러싼 사회적 갈등을 단기 정치 논리로만 접근할 것이 아니라, 국민적 공론화 과정을 거쳐 중장기 에너지 믹스를 합리적으로 설계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한국의 탄소중립 논의는 기후 위기 대응을 넘어 국가 경쟁력과 산업 혁신 전략과 연결돼야 한다. 단순한 의무와 규제로 접근하면 기업과 시민의 반발만 커질 수 있다. 따라서 재생에너지 산업, 에너지저장장치(ESS), 전기차·수소차 같은 저탄소 신산업에 대한 대규모 투자와 인력 양성이 함께 가야 한다. 이를 위해 정부와 지자체는 로드맵 목표치를 법제화하는 동시에, 실제 현장에서 작동할 수 있는 세부 실행지침과 모니터링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 탄소중립은 선언이 아니라, 모든 사회 구성원이 참여해 만들어내는 지속가능한 혁신 생태계라는 인식 전환이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