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은 집주인의 것이지만, 불편은 세입자의 몫이다. 그 불편은 보호받아야 한다"
최근 나의 실제 경험이다. 월세로 거주 중인 집에서 화장실에서 물이 새기 시작했고, 아래층에서 항의가 들어왔다. 원인은 집 구조의 노후화였다. 집주인은 세 군데 업체를 불러 견적을 받고, 나는 3일에 거쳐 세 번의 문을 열어주어 검사가 끝나기를 기다려야 했다. 세 번째 업체는 한 시간동안 검사를 하였고, 끝난 후 집주인에게 연락이 왔다.
'공사 일정이 언제 가능한가요?'
문제는 여기서 시작된다. 나는 내가 원하지도 않은 낯선 사람들의 출입, 공사로 인한 먼지와 소음, 화장실 사용 불가라는 생활 불편까지 감수해야 했다. 그래서 아무렇지 않게 공사일정을 정해달라는 말이 편하게 들리지 않았다. 그렇다면 이 상황에서 세입자는 어떤 권리를 갖고 있는가? 법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는 근거는 무엇인가? 우리는 "집주인이 정하라면 따라야 한다"는 오랜 습관에서 벗어나야 한다. 아래의 3가지 권리를 알아두자.
1. 공사 일정은 협의 대상이지, 통보 대상이 아니다
✅ 임대인은 수리할 의무가 있지만, 세입자의 생활권을 침해하면서 일방적으로 공사 일정을 정할 수 없다.
📚 민법 제623조에 따르면, 임대인은 임차인이 임대 목적물을 정상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하며, 주택임대차보호법에서도 수선은 임대인의 책임으로 명시되어 있다. 하지만 그 방식이나 시기는 임차인과의 협의 없이 강제할 수 없다.
⚖️ 법률 해설:
민법 제623조는 임대인의 수선의무를 명확히 규정하고 있다. 이 조항은 단지 수리를 '해야 한다'는 차원을 넘어, 임차인의 거주 환경이 정상적이어야 함을 전제로 한다. 따라서 수리 방법이나 일정 역시 임차인의 권리를 존중해야 하며, 임대인이 독단적으로 정할 수 없다. 만약 임대인이 일방적으로 공사를 감행해 임차인에게 불편을 주었다면 이는 손해배상의 근거가 될 수 있다.
📌 ex) 대학생 민수는 낡은 전셋집 화장실에서 누수가 발생했다. 집주인은 "이번 주 수, 목에 바로 공사하겠다"고 통보했지만, 민수는 그날 중간고사가 있었다. 법적으로 민수는 공사 일정을 "협의하여 조정할 권리"가 있다. 민수는 집주인에게 문자로 이렇게 말했다. "해당 날짜는 제가 시험으로 부득이하게 집에 머무를 수 없습니다. 가능하다면 주말 이후로 조정해 주시길 요청드립니다." 이 한마디로도 협의가 시작된다.
⚠️ 실전 팁:
* 가능한 날짜를 먼저 제시하고, 문자나 이메일 등 서면으로 기록을 남길 것.
* 공사 일정이 불편한 경우, 정중하지만 단호하게 조정 요청.
* ‘불편 감수’를 당연하게 여기지 말고, ‘협상권’을 적극 행사하자.
2. 공사 중 사용하지 못한 공간에 대해 월세 감액을 요구할 수 있다
✅ 공사로 인해 일정 기간 동안 집의 일부를 사용하지 못하는 경우, 그에 해당하는 월세를 감액하거나 보상받을 수 있다.
📚 민법 제623조, 주택임대차보호법 제8조에 따르면, 임차인은 정상적인 사용에 지장이 생길 경우 임대차계약 해지 또는 차임 감액을 요구할 수 있다.
⚖️ 법률 해설:
임대차보호법 제8조는 ‘차임감액청구권’을 명시하고 있다. 임차인이 계약 목적대로 사용하지 못하게 되는 경우, 그 손실 비율에 따라 일정 금액을 감액할 수 있다. 실제 판례에서는 화장실, 주방 등 필수 공간의 사용이 제한된 경우를 '임대 목적물의 일부 상실'로 간주한다. 따라서 감액은 권리이며, 임대인의 동의가 없어도 법적 효력이 있다.
📌ex) 월세가 85만 원인 경우, 하루 사용료는 약 28,333원이다. 화장실 사용이 불가능한 5일간, 공간 기능 중 약 20%가 손실되었다고 보면 1일 5,666원, 총 28,330원을 감액 요청할 수 있다. 단, 금전적 가치보다 중요한 것은 이 '감액 권리' 자체를 행사하는 것이다.
📌 실전 적용 문구:
"이번 공사로 인해 화장실을 5일간 사용할 수 없게 되었고, 이는 생활에 큰 불편을 초래합니다. 이에 따라 월세에서 일정 금액의 감액 또는 보상을 요청드립니다."
⚠️ 실전 팁:
* 사용 불가능한 공간이 며칠 동안, 어느 정도 기능을 제한했는지를 구체적으로 기록.
* 감액 금액보다 ‘권리 행사’ 자체에 의미가 있음을 명심.
* 감액 대신 청소비, 생활 보상비 등으로 조정할 수도 있음.
3. 사생활 침해, 소음, 청소 부담에 대한 간접 보상도 요구 가능하다
✅ 공사 중 발생하는 사생활 침해, 외부인 출입, 먼지 및 소음 등은 단순한 불편이 아니라 민법상 '편익 침해'로 보상 대상이 될 수 있다.
📚 민법 제750조 불법행위 책임. 고의 또는 과실로 타인에게 손해를 끼친 경우 손해배상 의무가 있다. 집주인이 충분한 안내 없이 공사를 진행해 임차인의 생활을 침해한 경우, 간접 손해에 대한 보상 요구가 가능하다.
⚖️ 법률 해설:
민법 제750조는 타인의 권리나 법익을 침해한 경우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 이는 물리적 손해뿐 아니라 심리적, 환경적 피해도 포함된다. 특히 주거공간에서의 불청결, 프라이버시 침해, 소음은 '정신적 고통'으로 간주될 수 있으며, 실제 소액사건 판례에서도 이 같은 간접 피해에 대해 위자료 지급 판결이 내려진 바 있다.
📌 예시: 대학생 유진은 공사 기간 동안 거실에 커튼도 제대로 치지 못한 채 낯선 인부들의 출입을 감당해야 했다. 공사 후에도 먼지로 인해 집 청소에 3시간을 써야 했다. 유진은 집주인에게 이렇게 요청했다. "청소 노동과 스트레스를 감안하여 3만 원 상당의 불편 보상을 요청드립니다."
⚠️ 실전 팁:
* 간접 피해도 구체적으로 수치화하여 표현하자 (예: 청소 시간, 정신적 스트레스, 소음 등).
* 현금 보상이 어렵다면 월세 차감, 공용시설 수리 등으로 대체 요청 가능.
* 공사 후 상태 복구 요청도 포함시켜야 한다. (예: 먼지 제거, 도배 손상 보수 등)
📋 자주 묻는 질문 (FAQ)
Q1. 공사 비용은 세입자가 일부라도 부담해야 하나요?
A1. 아닙니다. 임대 목적물의 유지보수는 임대인의 책임이며, 구조적 문제로 인한 공사는 전액 임대인이 부담해야 합니다.
Q2. 공사 후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어떻게 하나요?
A2. 하자보수청구권이 있습니다. 동일 문제가 반복되거나 수리가 미흡할 경우 추가 보수나 계약 해지를 요구할 수 있습니다.
Q3. 협의가 안 될 경우 누구에게 도움을 청할 수 있나요?
A3. 관할 시·군·구청의 분쟁조정위원회나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무료 법률상담을 이용할 수 있습니다.
Q4. 공사 중 다른 공간으로 이사를 요구받을 수 있나요?
A4. 세입자의 동의 없는 퇴거 요청은 위법입니다. 임대인이 임시거주지를 제공하는 경우에도 세입자는 거부할 권리가 있습니다.
Q5. 공사로 인한 정신적 피해도 보상이 되나요?
A5. 네. 민법상 위자료 청구가 가능하며, 사례에 따라 수만 원에서 수십만 원까지 인정된 판례가 있습니다.
집주인이 공사를 해야 한다는 말에 우리는 너무 쉽게 "알겠습니다"라고 말한다. 그러나 공사 일정은 협의 대상이며, 월세 감액도 가능하고, 사생활 침해에 대한 보상도 요구할 수 있다. 중요한 건 권리를 행사하는 자세다. 권리는 법률 서적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현관문 너머, 낯선 사람의 발자국이 들리는 순간부터 당신의 권리는 시작된다. 그 권리를 알고, 말하고, 기록하라. 그것이 우리가 이 집에서, 이 사회에서 살아가는 방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