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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의 섬에서 살아 숨 쉬는 전설; 제주도의 역사와 설화 이야기

by info-ericson 2025. 7. 16.

신화의 섬에서 살아 숨 쉬는 전설; 제주도의 역사와 설화 이야기

설문대할망의 눈물과 한라산 이야기

제주도에서 가장 잘 알려진 설화는 단연 설문대할망(說文大閑婆) 이야기다. 설문대할망은 제주 땅을 빚어낸 어머니 신으로 불린다. 옛날 옛적, 할망은 한 손에 흙을 이고 다니며 제주 곳곳에 산과 오름(작은 화산체)을 만들었다고 전해진다. 할망이 흙을 쏟아 만든 것이 바로 한라산(漢拏山)이다.
어느 날, 할망은 너무 큰 흙덩이를 머리에 이고 한라산을 만들다 지쳐 그만 힘이 다해 쓰러지고 만다. 쓰러진 할망의 눈물이 제주 곳곳에 작은 연못과 바다로 흘러 들어갔다고 한다. 지금도 한라산 등반길에 만나는 백록담(白鹿潭)은 할망이 마지막으로 흘린 눈물이 모여 만든 신성한 호수라 전해진다.
이 설화를 더 깊이 느끼고 싶다면 한라산 국립공원 등반로 중 영실코스를 추천한다. 코스 중턱에선 할망이 머물렀다는 큰 바위와 눈물 못이 전설처럼 전해진다.

 

신화의 섬에서 살아 숨 쉬는 전설; 제주도의 역사와 설화 이야기

제주 용담해안과 용두암 전설

제주시 해안도로를 따라가면 바닷가에 바다를 향해 고개를 든 듯한 용두암(龍頭岩)이 서 있다. 이곳에도 흥미로운 전설이 깃들어 있다.
옛날 제주 앞바다 깊은 곳에 큰 용 한 마리가 살았다. 이 용은 하늘로 승천하려고 매일 밤 별빛을 따라 연못과 바닷물을 오갔다. 그러던 어느 날, 승천의 마지막 순간에 인간 사냥꾼의 화살에 맞고 말았다.
상처 입은 용은 육지로 올라와 마지막 숨을 거두며 머리를 바다에 두고 몸을 돌로 변하게 했다. 지금도 용두암을 마주하면, 파도와 바람에 맞서 용이 하늘로 오르지 못한 채 바위가 되어버린 슬픈 모습이 떠오른다.
용두암 근처에는 작은 용연다리가 있어 바다와 연결된 용연구름다리를 걸으면, 바위 전설을 더 실감할 수 있다.

 

제주 삼성혈과 고씨 삼형제 건국 설화

제주시 도심에 위치한 삼성혈(三姓穴)은 제주 개국신화의 핵심이다. 옛날 하늘에서 세 신인이 내려와 땅에서 솟은 구멍에서 태어났다고 전한다.
세 신인은 각각 고(高), 양(良), 부(夫) 성을 가진 삼형제였다. 이들은 하늘에서 바닷길을 따라 떠내려온 세 여인과 혼인해 농사를 짓고 제주를 다스렸다고 한다. 삼성혈은 세 신인이 태어난 신성한 땅으로, 구멍은 지금도 울타리 안에 그대로 보존되어 있다.
삼성혈 경내에는 고씨·양씨·부씨의 시조 위패가 모셔져 있으며, 매년 제주 사람들은 여기서 제사를 지내며 혈연과 뿌리를 되새긴다.
삼성혈 내 작은 전시관에는 삼형제 신화와 제주 개국 전설을 담은 벽화와 옛 유물이 전시되어 있어, 설화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서귀포 정방폭포와 선녀 목욕 이야기

서귀포시 바닷가 절벽에서 떨어지는 정방폭포(正房瀑布)에도 선녀 설화가 깃들어 있다.
아주 오래전, 이 폭포에는 밤이 되면 하늘에서 선녀들이 내려와 달빛 아래에서 목욕을 즐겼다고 전한다. 제주 어부들은 바닷가를 지나며 폭포 소리 너머로 선녀들의 웃음소리를 들었다고 했다.
한 젊은 어부가 선녀들의 모습을 훔쳐보다가 사랑에 빠졌다. 그는 선녀의 옷을 몰래 숨겨 선녀가 하늘로 돌아가지 못하게 했다. 결국 선녀는 어부와 살게 되었지만, 수년 뒤 잃어버린 옷을 찾아 다시 하늘로 돌아갔다고 한다.
정방폭포는 지금도 파도와 함께 떨어지는 폭포수가 신비롭다. 폭포 옆 산책로를 따라가면 바닷바람과 함께 선녀 전설을 떠올릴 수 있다.

신화의 섬에서 살아 숨 쉬는 전설; 제주도의 역사와 설화 이야기

서귀포 천지연폭포와 영등할망 이야기

제주도에선 2월 말~3월 초를 영등할망(零等閑婆)의 달이라 부른다. 영등할망은 바람과 풍어(豊漁, 물고기가 많이 잡힘)를 관장하는 신이다.
전해지는 이야기로는 영등할망이 바닷길을 떠돌다 서귀포 천지연폭포(天地淵瀑布) 물웅덩이에 머물며 바닷바람과 파도를 다스렸다고 한다.
할망이 제주에 머무는 동안은 바닷길이 잔잔하고 물고기가 풍성했다. 그러나 할망이 떠나면 거센 바람과 파도가 제주를 휩쓸었다고 전한다.
지금도 서귀포 천지연폭포는 많은 제주인들에게 풍요와 평안을 빌어주는 장소다. 폭포 옆 천지연폭포 전시관에서는 영등할망과 제주 어촌 문화에 대한 자료가 전시되어 있다.

 

신화의 섬에서 살아 숨 쉬는 전설; 제주도의 역사와 설화 이야기

제주 돌하르방과 마을 수호신 이야기

제주를 상징하는 돌하르방(石爺)은 단순한 관광 조형물이 아니다. 옛 제주 마을에서는 돌하르방이 수호신(守護神) 역할을 했다고 믿었다.
제주 목관아(牧官衙, 조선시대 제주 지방 관청) 정문에도 큰 돌하르방 두 기가 세워져 외적과 악귀를 막았다고 전해진다.
마을 사람들은 돌하르방을 만지면 마을이 평안하고 자손이 번성한다고 믿었다. 특히 코를 만지면 아들을 낳고 귀를 만지면 복이 들어온다는 속설은 지금도 관광객들 사이에 이어지고 있다.
제주시내 제주목관아 역사관돌문화공원에서는 돌하르방의 유래와 마을 설화, 제작 방식까지 자세히 볼 수 있어 전통 설화를 생생히 느끼기에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