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산 울산바위 전설
강원도 속초에 있는 "설악산 울산바위(蔚山岩)"는 한국에서 가장 신비로운 바위 전설로 꼽힌다. 옛날 옛적, 울산 바위는 지금의 울산 땅에 우뚝 서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한반도의 산신(山神, 산을 다스리는 신령)이 전국의 모든 명산과 바위들을 불러 모아 누가 가장 아름답고 웅장한 산인지 겨루는 ‘산신대회’를 열겠다고 선포했다.
울산 바위는 울산에서 설악산까지 먼 길을 떠나며, 속으로 ‘이번 대회에서 꼭 1등을 해서 가장 큰 산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무겁고 거대한 몸집을 이끌고 동해안을 따라 밤새 걸어온 울산 바위는 설악산 근처에 다다랐을 때 이미 새벽 해가 떠오르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서둘러 설악산 봉우리 쪽으로 기어올라갔지만, 이미 설악산이 먼저 자리를 잡아 버려 울산 바위가 설 자리는 없었다.
낙담한 울산 바위는 다시 울산으로 돌아가려고 했지만, 동이 틀 무렵이라 몸이 돌처럼 굳어버리고 말았다. 그렇게 울산 바위는 설악산 자락에 박혀 지금의 울산바위가 되었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지금도 설악산 국립공원에 가면 울산바위는 속초 시내를 내려다보며 홀로 바다 쪽을 향해 서 있다. 사람들은 울산바위의 울퉁불퉁한 모양을 보면, 먼 길을 걸어온 바위가 마지막 순간에 못 돌아간 안타까운 사연을 떠올린다. 인근에는 설악산 신흥사, 권금성 케이블카, 울산바위 탐방로가 잘 정비되어 있어 전설을 직접 느끼며 걷기에 안성맞춤이다.
평창 오대산 상원사와 오대산 신선 전설
강원도 평창군에 자리한 **오대산(五臺山)**은 수백 년 동안 깊은 산중에 신비로운 이야기를 품어왔다. 오대산 정상 부근에 자리한 불교 사찰 **상원사(上院寺)**에는 신선(神仙, 하늘과 인간의 중간 존재)이 실제로 머물렀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옛날, 어느 눈 내리던 겨울밤이었다. 상원사에 머물던 한 스님은 깊은 눈길을 헤치며 밤새 기도를 올리고 있었다. 스님의 정성이 하늘에 닿았는지, 문득 산길 저편에서 희미한 빛이 깜박였다. 호기심이 일어난 스님은 눈길을 따라 올라갔다. 그러자 눈 덮인 소나무 숲 사이로 은빛 옷자락이 스치는 것이 보였다. 가까이 다가가자 서릿발 같은 공기 속에서 사람 같지 않은 인물들이 있었다. 그들은 발끝이 땅에 닿지 않고 떠 있었고, 희미한 달빛 아래서도 얼굴은 온화하게 빛났다.
놀란 스님이 엎드려 절하자 그중 한 인물이 스님을 일으켜 세우며 말했다. “두려워 말라. 우리는 오대산을 찾은 신선이다. 너의 기도가 깊으니 이 산을 지키러 내려왔다.” 스님은 신선을 상원사로 모시고 따뜻한 차와 죽을 대접했다. 신선들은 차를 음미하며 “이곳은 산의 기운이 맑고 인심이 바르니 앞으로 오대산이 사람들을 지켜줄 것”이라 전했다. 그리고 여명이 밝아오자 바람처럼 사라졌다.
그 뒤로 상원사 스님들은 신선이 머물렀다는 자리 근처에 소원을 비는 돌탑을 쌓기 시작했고, 사람들은 오대산을 ‘신선의 산’이라 부르며 경건히 올랐다. 지금도 상원사 뒤 전나무숲길을 따라 걷다 보면 신선이 다녀갔다는 전설의 터가 남아 있고, 상원사 법당 안에는 신선을 모시는 작은 탱화가 전해져 내려온다. 오대산에는 월정사, 오대산 자연사박물관이 함께 있어 전설과 불교문화를 동시에 만끽할 수 있다.
강릉 경포대와 선녀와 나무꾼 이야기
강원도 강릉시의 아름다운 경포대(鏡浦臺)는 예로부터 경포호수를 품고 사람들의 쉼터이자 풍류의 장소로 사랑받아왔다. 그런데 이곳에는 사람들의 마음을 붙잡는 선녀와 나무꾼(仙女與樵夫) 설화가 전해진다.
아주 먼 옛날, 경포호수 위 맑은 안개가 피어오르는 새벽녘이면 하늘에서 선녀들이 내려왔다고 한다. 선녀들은 하늘 궁전의 답답함을 잠시 벗어나 경포호 맑은 물에 발을 담그고 웃음소리를 흩날리며 목욕을 즐겼다.
그러던 어느 날, 산 깊은 곳에서 나무를 하던 외로운 나무꾼이 새벽 안개 속 경포호로 발길을 돌렸다. 물가에 다가선 나무꾼은 눈을 의심했다. 달빛 아래, 반짝이는 물결 위에 선녀들이 긴 머리를 풀어 내리고 노래하며 춤추듯 물장구를 치고 있었다. 숨이 멎을 듯 아름다웠다.
나무꾼은 한참을 넋을 놓고 보다가,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욕심이 마음을 덮쳤다. 그는 살금살금 선녀들이 벗어둔 옷 무더기 속으로 다가가, 그중 한 선녀의 옷을 몰래 품에 숨겼다. 목욕을 마친 선녀들이 다시 하늘로 올라가려 할 때, 옷이 사라진 한 선녀는 홀로 물가에 주저앉아 울음을 터뜨렸다.
나무꾼은 다가가 옷을 돌려주겠다며 선녀에게 같이 살자고 청했다. 결국 하늘로 돌아갈 길을 잃은 선녀는 나무꾼과 함께 마을로 내려와 부부가 되어 자식까지 낳았다. 하지만 세월이 흘러 선녀는 감춰진 옷을 우연히 찾아냈다. 하늘로 돌아갈 수 있음을 알게 된 선녀는 남편과 자식을 뒤로한 채 눈물로 작별 인사만 남기고 다시 하늘 궁전으로 떠나버렸다.
그 뒤로 나무꾼은 경포호수 언덕에 매일 올라 앉아, 선녀가 돌아오길 바라며 바람에 옷자락을 날렸다 한다. 지금도 경포대 누각에 서서 호수를 바라보면, 달빛 아래 하늘길을 찾는 선녀의 자취가 물안개에 비친다. 경포대 인근에는 오죽헌(烏竹軒), 강릉 선교장, 강릉시립박물관이 있어 전설과 함께 강릉의 전통과 정취를 함께 느낄 수 있다.
인제 방태산과 방태산 산신령 이야기
강원도 인제군 깊은 숲속에 우뚝 선 **방태산(方太山)**은 예로부터 산신령(山神靈)이 머문다고 전해지는 신령스러운 산이다. 오래전 인제에 기록적인 가뭄이 닥쳐 논밭이 갈라지고 개울마저 바싹 말라버린 적이 있었다. 강물이 마르자 마을 사람들은 목마름과 굶주림에 점점 지쳐갔다.
그러던 어느 날, 마을의 어르신이 사람들을 모아 말했다. “우리 조상 대대로 방태산에는 산신령이 머문다고 하지 않느냐. 모두 정성을 다해 산신령께 빌어보자.” 사람들은 어린아이부터 노인까지 가족 단위로 방태산 정상까지 오르기 시작했다. 한 걸음씩 돌길과 숲길을 올라 산 정상에 다다르자, 이끼 낀 바위 위에 작은 평지가 나타났다. 거기서 모두 손을 모으고 산신령께 간절히 기도했다. “산신령님, 마른 땅에 비를 내려 주소서.”
며칠 뒤, 마을에 다시 모래바람이 불어올 무렵 갑자기 방태산 정상에 하얀 안개가 피어오르더니, 구름 속에서 산신령이 나타났다고 한다. 산신령은 긴 수염을 쓸어내리며 말했다. “너희의 정성이 하늘에 닿았구나. 밤이 되면 비가 내릴 것이다.” 그날 밤, 정말로 하늘이 열리고 억수같은 비가 쏟아졌다. 타들어가던 논밭에는 물이 흐르고, 마른 강줄기엔 다시 물소리가 되살아났다.
그 후로 마을 사람들은 방태산 정상의 작은 평지를 ‘산신령 제단터’라 부르며 매년 고마움을 전하는 제를 올려왔다. 지금도 방태산 자연휴양림을 찾은 등산객들은 제단터에 잠시 서서 소원을 빌곤 한다. 숲길을 따라 이어지는 인제 내린천 휴양림, 청정한 곰배령 탐방센터까지 함께 걷다 보면, 마치 산신령이 숲 그림자 너머에서 마을을 지켜보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든다.